연휴가 잛다는 이유로 여러가지 말들이 많았다. 특히 교통대란이 날 것이라며 걱정들을 많이 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긴 연휴때보다는 이렇게 짧은 연휴가 소통이 원활한 경우가 많다. 때로는 대중매체들의 예측보도가 사람들의 행동을 바꿔 놓기도 한다. 늘 이처럼 세상은 예측대로 되지 않는다. 대중매체들의 교통혼잡 날짜와 시간의 예측보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그 시간을 피해 이동을 한 덕분에 오히려 교통대란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떤 정치인은 추석 연휴가 토, 일요일과 겹쳤으니 연휴를 하루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공휴일을 늘이기 위한 이른바 '국경일 및 공휴일에 관한 법안'을 내겠다는 정당도 있다. 참으로 한심한 정치인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한글날, 제헌절 등을 공휴일에서 제외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은 마당에 무슨 공휴일 타령인가? 정치인들의 작태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는 말들이 모두 서민을 위한 것이고, 모든 행동들이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말로는 서민, 국민 하면서 실상은 자기 자신과 정당의 이익을 위해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다들 짧은 연휴라지만 고향으로 가지 않는 우리 식구들에겐 결코 짧은 연휴는 아니었다. 연휴 하루 전인 금요일은 늦은 시간까지 컴퓨터 출장수리 주문이 많아 바쁘게 하루를 보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컴퓨터 수리라는 일이 늘 일정치 않아 어떤 때는 일주일 내내 바쁘다가도 또 어떤 때는 일주일 내내 한가할 때도 있다. 우리는 연휴 첫날인 2일에 출발하기로 했으므로 금요일 저녁에는 퇴근하여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많은 사람들이 짧은 연휴 때문에 목요일 오후나 저녁에 귀향길에 올랐던 것 같다. 저녁 뉴스에 전국의 고속도로가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연휴 첫날인 금요일 아침 형님댁이 있는 청주시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아침 식사를 후 인터넷으로 교통상황을 확인하고 아홉시 삼십분경에 출발을 했다. 새벽까지 정체현상을 빚던 고속도로가 많이 풀렸다는 것이다. 우리가 타야 할 중부고속도로의 교통상황은 차량행렬이 서행을 하는 정도라고 하니 추석연휴 치고는 양호한 편이었다.
이번에는 올해 제대를 한 아들녀석이 운전을 하기로 했다. 늘 아내와 내가 운전을 했는데 올 봄에 제대를 한 아들녀석이 운전면허를 딴 것이다. 그 동안 시내에서 연습을 주로 하고 가끔 교외에 제 엄마와 함께 나가 틈틈이 운전을 익혀왔다. 처음으로 하는 고속도로 운전이었지만 혼자서 청주 큰댁까지 무난히 운전을 했다. 이젠 운전을 마음놓고 맡겨도 될 것 같다. 평소 한시간 삼십분 거리지만 두 시간 반 정도 걸렸다. 명절연휴에는 보통 3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인데 추석연휴치고는 상당히 빨리 도착한 셈이다.
큰댁인 청주 비하동 효성아파트에 도착했을 때는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아파트문은 잠겨 있었다. 형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우리가 늦게 도착할 줄 알고 공장 구내식당에서 차례음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문앞에서 형님이 알려준 비밀번호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빈 집에 개 두마리가 우리를 맞이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신정동에 사는 막내동생과 그 식구들이 도착하여 함께 점심을 차려 먹었다. 그 사이 준비한 차례음식을 가지고 형님과 형수님이 집으로 돌아오셨다. 차례 음식도 준비가 되었으니 오후에 달리 할 일이 없어 어린 조카들까지 모두 데리고 가까이에 있는 부모산으로 산책을 나갔다.
<부모산에서 바라본 청주시가지와 미호천 주변 들녘>
<부모산 고욤나무>
부모산성은 충북 청주시 비하동 10-1번지의 부모산에 위치하고 있으며, 충청북도 지정 기념물 제12호로 지정되어 있다. 본래 아양산으로 불리던 부모산은 고려말기 몽고의 침입 때 고을사람들이 이곳에 피난하였는 데, 성안에서 샘물이 솟아 모두 살아났으므로 그 은혜가 부모와 같다하여 부모산(父 母山)이라 하고 그 샘을 모유정이라 하였다고 한다.
<연화사 대웅전앞에 있는 샘물>
효성아파트를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아파트 담이 끝나는 곳에 중부고속도로 밑을 지나는 굴다리가 나온다. 이 굴다리를 지나면 마을이 있는데 효성아파트가 있는 곳과는 전혀 다른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논 밭과 과수원이 있고 축사도 있다. 산골동네지만 도시와 가까운 탓인지 마을에서 산쪽으로 조금 더 올라간 곳에 큰 식당도 있다. 마을이 끝나고 비탈진 길을 따라 꾸불꾸불 10여분쯤 올라가다 보면 연화사가 나타난다. 연화사는 부모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으며 절을 지나 넓게 뚫린 산책로를 따라가다보면 옛 산성터를 만날 수 있다. 산성터에서는 청주시가지는 물론 미호천을 따라 펼쳐지는 넓은 평야지대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연화사 주변에서는 밤나무와 참나무가 많아 밤과 도토리를 줍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연화사 주변에서는 특히 오래된 벗나무를 많이 볼 수 있다.
<벗나무 고사목을 뒤덮은 능소화가 덤불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