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양자산에서 딴 다래를 친구와 처남에게 나눠주었다. 또 일부는 술을 담궈 두었다. 그래도 많이 남아 일주일 내내 온 식구들이 먹고 있다. 의외로 우리 애들이 다래를 잘 먹는다. 대견스럽기도 하지.....
다래를 먹어본 친구가 이번 주에 같이 다래를 따러 가자고 했다. 그래서 이번 주에도 양자산으로 산행을 하게 되었다. 아침 일찍 출발하여 양자산 입구에 도착하니 8시 30분쯤이었다. 성덕리 계곡입구에 차를 주차해두고 산행에 들어갔다. 초입에서부터 산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지난 주에서 아주 작은 것들만 있었는데 이번 에는 제법 큰 알밤들이 많이 있었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알밤 한봉지씩을 주울 수 있었다.
밤을 주우면서 올라가다보니 지난 주에 내가 보아 두었던 다래나무를 찾을 수 있었다. 배낭을 내려놓고 비닐봉지 하나씩을 꺼내들고 각자 다래를 따기 시작했다. 어른이 되고나서 다래를 처음 따 본다는 내 친구가 어릴적 따먹었던 다래이야기를 하며 다래따기를 무척 재미있어 했다. 나도 어릴적에 어렴풋이나마 다래를 먹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런데 다래를 따러 덩쿨 속으로 들어갔더니 다래덩쿨 사이로 산초나무 군락지가 나타났다.
산초나무 열매가 아직 여물지 않아 장아찌를 담기에 알맞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찾기 힘든 다래덩쿨 속에 숨어서 자란 탓인 지 보기에도 좋은 산초송이가 강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다래 따던 봉지에 산초송이를 꺽어 담기 시작했다. 싱싱한 나무잎이 진한 초록빛을 한껏 뽐내며 무성하게 피어 있었다. 생장 조건이 좋아서인지 군락을 이룬 나무그루 하나하나가 야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자라서 열매를 풍성하게 맺었다. 욕심 깥아서는 더 많이 따고 싶었지만 한 봉지를 채우고는 밖으로 빠져 나왔다.
계속해서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보니 잘 닦인 길이 나타났다. 무심코 길을 따라가다 보니 벌통이 놓여 있는 돌벼랑으로 이어진다. 동네 사람들이 토종 꿀벌을 키우고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벌통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토종벌이 지키고 있는 입구에 말벌 두 마리가 호시탐탐 꿀을 빼앗으려는 듯 노리고 있었다. 토종벌이 입구를 떼지어 지키고 있었지만 언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질 지 모를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벌통이 있는 계곡 물가에서 김밥을 꺼내 맛있게 먹었다. 아직 열 시 밖에 되지 않았지만 다래를 따느라 한바탕 체력소모를 한터라 김밥이 꿀맛 같았다. 김밥은 친구가 싸가지고 왔다. 친구의 아내가 아침에 싸주었다는 데 김밥 속에는 볶은 김치를 넣었다. 보통 김밥은 햄, 쏘시지, 계란부침과 몇몇 야채를 속에 넣어 밥과 함께 마는 것이 보통인데 좀 특별한 김밥이었다. 아무튼 아주 맛있게 김밥을 한통 먹어치우고 다시 계곡을 따라 산행을 계속했다.
이따금 떨어져 있는 산밤을 주우며 아내와 내가 자주가는 언덕배기로 올라갔다. 더덕 몇 뿌리라도 캘 수 있을까 하고 가 했지만 헛탕을 쳤다. 다래덩굴도 많이 있었지만 이미 따간건 지 아니면 열지 않은 것인지 다래가 없었다. 다시 되돌아 내려오는 데 지난 주에 아내와 내가 땄던 다래덩쿨을 찾았다. 우리가 따지 못했던 높은 곳에는 아직 다래가 잔뜩 달려 있었다. 지난 번 보다 좀더 높은 곳까지 올라가 손 닫는 데까지 따니 세 사람이 한 봉지씩 채울 만큼 되었다.
다래는 덩쿨 식물로서는 매우 공격적인 나무이다. 다래덩쿨은 근처에 있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며 성장한다. 다래덩쿨에 한번 걸려든 나무는 점점 다래덩쿨롤 뒤덮이게 되고 결국은 죽게 된다. 그래서 다래덩쿨이 있는 곳에는 키큰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다래나무는 주로 계곡에서 자라며 한번 자라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가 온통 다래덩쿨로 뒤덮이고 만다.
'산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개인 후 단풍과 낙엽이 한데 어우러진 검단산의 절경 (0) | 2009.11.03 |
---|---|
가을은 깊어가고 (0) | 2009.10.26 |
왕방산과 국사봉을 종주하다 (0) | 2009.10.20 |
효자를 살린 돼지 (0) | 2009.10.14 |
다래따기 (0) | 2009.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