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동족상잔의 참화를 딛고 불과 반세기만에 눈부신 발전을 이룬 것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70년대 우리나라의 새마을운동은 개발도상국들의 국가발전을 위한 모델이 되고 있다. 또 아시아에서 시작된 한류문화가 지금은 K-POP이라는 이름으로 유럽의 젊은이들까지 열광시키고 있다. 이처럼 눈부신 발전을 한 우리나라지만 유년시절 쌀밥은 고사하고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것조차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까마득한 옛 이야기 같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세대들의 이야기다. 물론 풍족한 생활을 한 사람도 있었겠지만, 6.25사변 이후 베이비부머 세대 대부분이 그런 시절을 겪었다.
생활이 윤택해지고 모든 것이 풍족해지니 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요즘 TV를 보면 채널마다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여행지를 소개할 때도 그 지방의 특산물과 전통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 만큼 먹거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지향적인 음식문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물론 서방 여러 나라 사람들이 과식과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비만이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결코 그들을 외면할 수 없다. 바로 반세기 전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반세기 전에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만큼 이제 그 빚을 갚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처럼 내 고장에서 나는 음식이 내 몸에 가장 잘 맞는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고 먹을 것이 풍부해지니 보다 나은 음식을 찾게 된다. 그러나 유통구조가 복잡해진 만큼 안전하면서도 질 좋은 먹거리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먹을거리의 유통구조가 국제화된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농산물이나 각종 가공 식품들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생산된 것인지 소비자로서는 알 수가 없다. 유통과정에서 원산지의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수입된 농산물을 포장만 바꿔서 국산으로 둔갑 시키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도둑하나를 열 사람이 못 잡는다는 속담처럼 원산지 조작에 대한 일을 적발하기란 쉽지가 않다.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물이 국적불명의 재료로 만든 것이라면 어떻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겠는가? 원산지를 조작하는 일은 유통 상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유통과정이 불투명한 안전하지 못한 먹거리는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존시장의 상품을 믿을 수게 되자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 새로운 소비행태가 생겨나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하여 안전한 식재료를 구입하려고 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가족 친지나 지인의 소개 등 소수의 개인 간 거래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요즘은 트위터, 싸이월드,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한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란 인터넷, 즉 웹상에서 인간관계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친구, 선후배, 친지나 지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그 외에도 새롭고 폭 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인터넷의 카페, 동호회 등의 커뮤니티 서비스는 특정 주제나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 폐쇄적으로 공유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나 자신 즉 개인의 관심사와 개성을 공유한다. SNS는 싸이월드, 트위터,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인 예이며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러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처음에는 친목도모나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활용되었으나 점점 개인 간 물품거래나 각종 정보공유와 같은 생산적인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식품에 있어서도 도시의 소비자와 농촌의 생산자 간의 유통도 이런 소셜 네트워크서비스를 적극 활용한다면 좋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SNS가 확산되는 추세이긴 하지만 이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SNS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인터넷이 가능한 단말기가 필수이며, 또 이런 단말기를 잘 다룰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컴퓨터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가 급변하는 인터넷 환경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인터넷이라는 가상세계에 아무리 접근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여전히 가상세계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단말기 보급과 활용을 위한 교육프로그램과 같은 정부의 지원 정책도 있었으면 한다.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로컬 푸드(Local Food)운동과 푸드 마일리지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로컬 푸드 운동은 자기 고장에서 나는 제철 먹거리를 먹자는 운동이다. 또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란 식품이 생산된 곳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이동거리를 말한다. 푸드 마일리지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지구의 환경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푸드 마일리지가 클수록 지구환경을 악화시키고, 먹거리의 안정성도 떨어뜨린다. 이동거리가 멀어지면 운송수단의 운행시간이 길어지고, 그 만큼 운송수단인 자동차, 선박, 비행기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많아져 대기환경을 악화시킨다.
식품이 들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례하여 식품의 신선도는 떨어진다. 유통과정에서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약품처리를 해야 한다. 따라서 식품의 안전성은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낮아 많은 수입식품이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수입식품이 많을수록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해칠 가능성은 높아진다. 먹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우리 농업의 활로를 열어줄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가 더 많이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