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남부터미널에서 진주행 버스를 탔다. 연휴를 맞아 산청 본가에 계신 어머님을 찾아뵙고, 창원과 울산을 들러 모임에 참석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서다. 창원에서는 친구들 모임에 참석하고, 울산에서 처가식구들과도 만나야 한다. 울산에 사는 처남이 노환으로 몸이 불편하신 장모님을 모시고 있는데, 이번에 여든 일곱번째 생신을 맞이하셨다. 서울에서 한번 내려가는 것이 쉽지 않으니 세가지 일정을 한꺼번에 해결하게 된 것이다. 고향과는 멀리 떨어져서 살다보니 고향 근처에서 사는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고작 일년에 한 두번 정도다.
진주 시외버스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남강변으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바로 뒷편 뚝방길을 넘어서면 남강변이다. 진주에서 남강을 가까이서 본 것은 가끔 촉석루에 들러 의암(논개바위)으로 내려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늘 부산이나 마산, 서울 등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거쳐가는 곳으로만 생각하는 진주이다보니 남강변을 걸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남강>
뚝방길에 올라서자 잔잔한 호수같은 강물이 좌우로 펼쳐진다. 뚝방길 바로 아래는 넓은 주차장이 있는데 바닥에 심은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프라스틱 격자망을 깔아 놓았다. 띄엄띄엄 차가 세워져 있는 주차장을 지나 잔디가 잘 가꾸어진 강변으로 내려섰다. 강 기슭은 돌로 축대를 쌓아 흙이 쓸려나가지 않도록 했다. 왼쪽으로는 서쪽하늘로 기울어져가는 햇살에 비친 진주교와 촉석루가 출렁이는 물결위에 떠 있는 듯 하늘거린다. 발길을 돌려 뒤벼리로 향했다. 강변산책로를 따라 잘 가꾸어진 잔디사이로 노랗고, 빨간 꽃들이 피어 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낮선 꽃들이다. 우리 토종 꽃들도 참 예쁜 데 굳이 국적을 알 수 없는 꽃을 심어놓았는 지 모르겠다.
<남강, 진주교>
벼리는 본래 그물의 가장자리에 있는 굵은 줄을 뜻한다. 그물을 잡고 당기고 던지는 줄이다. 곧 그물을 마음 먹은 대로 다룰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벼릿줄이다. '벼리 강(綱)'에서 벼리란 중심을 세운다는 의미로 쓰인 것이다. 또 칼을 갈때도 '칼을 벼린다' 즉 날을 날카롭게 한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바위 암벽으로 이루어진 뒤벼리에서 '벼리'는 아마 낭떠러지 즉, 벼랑이라는 뜻으로 쓰인 듯하다. 따라서 뒤쪽에 있는 벼랑이라는 뜻이 된다. 뒤벼리는 진주 8경 중 하나이다. 뒤벼리는 진주시내를 가로질러 동쪽으로 유유히 흐르던 강물이 선학산 산줄기를 만나 남쪽으로 방향을 급하게 틀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산줄기를 깍아내려 만들어낸 걸작이다.
<뒤벼리 오솔길>
뒤벼리 아래 나 있는 대로에는 쉴새없이 달리는 차량들로 인해 제대로 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맛볼 수 없다. 그러나 바로 아래쪽에 강 기슭을 따라 새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남강변의 아름다움을 만끽 할 수 있다. 건너편에는 경남문화예술회관이 자리하고 있고, 그 아래 강변을 따라 조성한 대나무숲과 잔디가 유유히 흐르는 남강의 자태와 잘 어우러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