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장군과 봄처녀
동장군과 봄처녀의 기싸움이 심상찮다. 겨우내 혹한을 몰고 왔던 시베리아 동장군이 물러갔나 했는데, 또다시 나타나 난동(?)을 부리고 있다. 봄처녀가 온누리에 봄비를 뿌렸지만 동장군 심술로 봄비는 그만 얼음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뒤섞여 내린 눈가 비로 질척거리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위태로워 보인다.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에도 뒤섞여 내린 눈비가 신발을 적시고 바짓가랑이를 더럽힌다.
올 겨울은 삼한사온이 사라지고 대신 오륙일 이상 추위가 계속되는 오한일온(五寒一溫), 육한일온(六寒一溫) 현상이 많았다. 영하 10도 이하의 날씨도 예년에 비해 자주 나타났다. 연초에 서울에 내린 25.8cm의 눈은 100년만의 폭설이었다고 한다.
또 지난 7일부터 4일째 계속되던 비는 밤새 눈으로 돌변했다. 기상청에서는 대설주의보까지 내린 상태다. 이 또한 예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지금 서울은 또 한 차례 눈 세례를 받고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또 다시 도시가 눈속에 파묻힌 것이다.
기후학자들의 설명으로는 요즘의 날씨가 '엘리뇨 모도키' 현상 때문이라고 한다. 엘리뇨 현상은 동태평양의 바다 수온이 상승하여 전 세계에 이상 고온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다고 한다. 그런데 '엘니뇨 모도키' 현상은 중태평양의 바다 수온이 상승하여 인근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한다.
'엘니뇨 모도키'는 엘니뇨의 비슷한 현상이라는 뜻의 일본말 즉, '유사 엘니뇨'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엘니뇨 모도키 현상에 의해 발생한 열대성 고기압이 우리나라에 다량의 습기를 공급하여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동토 시베리아에서 온 동장군을 밀어 낸 것이 바로 엘니뇨 모도키였던 것이다.
봄의 길목에서 들이닥친 이상 기후로 인해 다소 혼란스럽지만 봄이 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기에 새로운 희망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