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로

벌레잡기

와월당 2009. 9. 24. 09:41

지독한 놈들이다. 어제도 벌레를 많이 잡았는데, 하루 사이에 이렇게 많이 생기다니.... 알타리, 무, 배추, 상추까지 벌레 투성이다. 배추는 모종으로 제때에 정식을 한 놈들은 자라기도 잘 할 뿐더러 병충해도 별로 없다. 아직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으로 봐서는 수확할 때까지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조금 늦게 직파를 한 놈들이 문제다. 벌레 중에서도 검정색 벌레는 무나 갓 종류에 발생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배추에 까지 잔뜩 달라 붙었다. 배추잎이 구멍이 숭숭 뚫렸다. 거기다가 배추잎에 노란 반점이 생기기 시작했다. 작년에도 직파를 한 배추에서 생긴 병이었는데, 병든 잎을 따내 더 이상 번지는 것을 막아 보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 모르겠다. 

 

 배추는 8월 중순에 모종을 하고 같은 달 하순이나, 9월초에 정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노지 재배 방법이다. 가을 김장용 배추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직파를 한 것은 적당히 키워서 쌈용으로 뽑아 먹기 위한 것이다. 또 모종배추의 정식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손실로 인한 부족분을 일부 보충하는 목적도 있다. 그래서 직파의 파종시기는 2주 정도 늦춰 모종배추의 정식과 때를 맞췄다. 병충해는 같은 밭에 심은 채소 중에서도 늦게 자라는 어린 채소에 집중된다. 그래서 일찍 자란 김장용 모종 배추에는 벌레가 훨씬 덜 생기는 것이다. 늦게 심은 직파 배추 덕분에 김장용 배추가 잘 자랄 수 있는 것이다.

 

 알타리와 무는 더 많은 벌레가 붙어 잎이 앙상하다. 제대로 자랄 수 있을 지 걱정이 될 정도다. 벌써 이틀째 벌레를 잡고 있는데도 워낙 벌레의 성장이 빠르다. 상추는 발아가 잘 돼지 않아 빈자리가 많은 줄 알았는데 김을 매면서 자세히 살펴보니 싹이 자라기도 전에 갉아먹어버린 게 아닌가. 도대체 어떤 벌레가 갉아먹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상추에는 벌레가 붙어 있지 않아 잡을 수도 없다. 아주 어린 싹을 먹어버린 후 사라져 버린다. 대체 농약을 뿌리긴 했지만 이미 도망가버린 벌레를 잡을 수는 없고 예방 차원에서 뿌린 것이다. 

 

 채소의 병충해를 막기 위해서는 농약을 치면 편하겠지만 그럴 바엔 시장에서 채소를 사먹는 게 낫다. 벌레가 많이 먹느냐 내가 많이 먹느냐의 문제이다. 여러 해 농사에서 경험을 해본 바로는 땅을 기름지게 하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작물들의 병충해에 대한 내성이 강해져서 매년 병충해의 피해가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해충과 익충간의 먹이사슬로 인해 해충과 익충의 간의 균형이 유지된다. 

 

  올해는 비료도 전혀 쓰지 않았다. 오로지 퇴비만을 썼으니 거의 유기농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퇴비를 사다가 쓰니 완전한 유기농이라고는 할 수 없다. 처음엔 복합비료를 일부 쓰기도 했으나 25KG 한 포대에 2만원이 넘으니 그 돈이면 퇴비를 여러포대 살 수 있어 차라리 퇴비를 사다 쓰는 것이 훨씬 낫다. 퇴비는 한 포대(20KG)에 3천원이면 살 수 있다. 퇴비를 만들어 쓴다면 완전한 유기농이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유기농을 하려면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우선 병충해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그 첫번째 과제이다. 그 동안 채소농사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진딧물의 경우 그 방제법을 거의 완성한 단계이다. 진딧물을 확실하게 방제할 수 있는 대체 농약 제조법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병충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배시기와 장소의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 병충해의 집중적인 발생시기를 피해서 파종시기를 조정하는 것이다. 옥수수의 경우 적정시기보다 2주 정도 앞당겨서 재배를 한 적이 잇었다. 그랬더니 매년 병충해로 인해 거의 수확을 할 수 없었던 옥수수를 제대로 수확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또 윤작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종류의 작물을 연속으로 같은 장소에 재배하면 병충해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매년 재배 작물을 바꾸어 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