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기축년 마지막 주말에

와월당 2009. 12. 28. 17:24

 또 기습 한파다. 올 겨울이 포근하겠다던 일기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벌써 두번째 찾아온 매서운 추위다. 이미 익숙해진 추위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지만 뜻밖에 눈이 내렸다. 첫눈은 아니지만 이렇게 쌓인 것은 올 겨울 들어 처음이다. 단 2센티미터의 눈에 온 도시가 하얗게, 또 까맣게 변해 버렸다. 하늘에서는 분명 하얗게 내린 눈이지만 금새 사람들의 발길에, 또 자동차 바퀴에 닿으면 까맣게 변하고 만다.

 

눈에 덮인 오금공원의 모습은 평소와는 전혀 다르다. 올 겨울에는 예년에 비해 빨리 눈이 내려 좀더 일찍 설경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도시에 내리는 눈을 철저하게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공원에 쌓인 눈은 더 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지만 빌딩 숲 사이로 내린 눈은 금새 흉칙한 모습으로 변하고 만다.

 오금공원은 송파구에서 유일하게 자연 그대로를 살려 6만여평의 비교적 넓은 면적에 조성된 아름다운 공원이다. 오금공원에는 소나무가 많고, 산새며 다람쥐, 청설모가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도심 속의 자연 공원이다.

 2년 전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송파구청에서 오금역과 인접하여 친수 공원을 조성하였다. 그때  인공폭포와 팔각정도 세웠다. 또한 금강송을 비롯한 수십 그루의 소나무도 심었다. 기존에 있던 소나무에 비해 새로 심은 소나무는 키가 크고 그 수형이 빼어나서 새로 조성한 인공폭포와 아주 잘 어울린다.

 

 탁자위에도 긴 의자에도 하얀 눈이 소복히 쌓였다.

 배트민턴장에 소나무는 하얀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맛있게 쪄진 쑥 털털이처럼 먹음직스럽다.

 

 

 어릴 때 초등학교 교정에서 처음 보았던 회양목이다. 그때는 도장나무라고 알고 있었는 데 성인이 되어서야 회양목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로 이 나무로 도장을 파는 지는 아직 알지 못한다. 가지가 휘어지도록 눈속에 묻혀버린 회양목이 가엽다. 그래도 이 추운 겨울을 나야 새봄이 오면 더욱 튼튼한 나무로 자랄 수 있을 것이다.

 

 

 

 

 

 보인중고교 옆의 목련공원에 얼마 전 심은 산죽나무 잎에도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였다. 오금공원 외에 출근길에 지나게 되는 소공원은 목련공원과 거여공원이 있다.

 

 

 눈의 또 다른 모습이다. 다 같이 내린 눈이건만.... 길 다르고, 공원 다르고...

 

 거여공원 옆에 차들이 하얀 눈 속에 묻힌 채 꿈쩍을 않는다. 집앞 눈 치우기는 고사하고 자기 차에 쌓인 눈조차 치우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치우지 않는 눈은 금방 자동차와 사람들의 발길에 밟혀 미끄러운 빙판을 만들어 낸다. 내집 앞 눈조차 치우지 않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오죽하면 서울시 조례에 자기 집앞 눈을 의무적으로 치우도록 한 조례를 만들었을까?

 간혹 눈을 치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대개 길가에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길가에서 영업을 하는 가게들은 어쩔 수 없이 가게 앞의 눈을 치울 수 밖에 없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눈을 치우는 사람들을 몇 군데 볼 수 있었는데, 대부분 가게 앞의 눈을 쓸어 도로 쪽으로 버리는 것이었다. 특히 시나 구청에서 제설작업을 하지 않는 이면도로에는 이처럼 눈을 버리는 사람들로 인해 더욱 질퍽거리는 거리가 되어 버린다. 곧 기온마저 떨어지면 이면도로는 온통 빙판이 되고 말 것이다. 남이야 불편하든 말든 나만 편하면 된다는 것이다. 남을 전혀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들,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쫒는 도시인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 감출 수 없다.

 출근길에 본 거여역 주변 이면도로, 위쪽은 거여역 1번출구 뒤 골목길, 아래쪽은 거여아파트 1단지 앞 도로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