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소설(小雪) 절기에
와월당
2009. 11. 23. 15:14
도심 속 선홍빛 꽃사과는 계절의 순환마저 잊은 듯 하다. 입동이 지나고 살얼음이 얼고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소설(小雪)을 맞았건만 탐스러운 열매를 맺은 꽃사과는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아직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있다.
입동이 지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길거리의 꽃배추가 선을 보였다. 하얀 속살이 여리디 여려보이건만 매서운 찬바람을 거뜬히 견디는 인동초라니....
하얀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항의라도 하듯 진보라빛 꽃배추가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우리나라 겨울날씨의 상징이던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사라졌다.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다가도 한번 추위가 오면 일주일 이상 계속되기도 한다. 소설 절기에 때 맞춰 내린 눈이 산마루를 살며시 넘어갔다. 계곡 바위 위로 살짝 덮인 눈과 바위 틈에 매달린 고드름이 혹한의 겨울을 예고하는 것 같다.
지난 주 내내 쌀쌀하던 날씨가 많이 풀렸다. 꽁꽁 언 고드름 밑으로 졸졸 흐르는 물소리에 겨울 건너 봄이 머지 않았음을 본다. [남한산 계곡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