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비 사이로 남한산에 오르다.
입동(立冬)인 토요일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입동 절기에 눈이 아닌 비가 내렸다. 비는 다음 날 오전까지 계속되었다. 그런데 보통 늦은 가을에 내리는 비는 추위를 몰고 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올 가을에는 비가 내린 후에도 기온은 떨어지지 않는다. 무슨 조화인지 천둥번개까지 동반한 폭우가 겨울의 코앞에서 내렸다.
저녁에 비가 온다는 소식에 토요일 오후 점심을 먹고 오후 세 시가 다 되어갈 무렵 사무실을 나서 남한산으로 향했다. 노란 은행잎이 길거리를 뒤덮었다. 버스종점에 있는 산행들머리에는 토요일임에도 등산복 차림을 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상점가에서 바라보는 남한산은 회색의 도화지에 뚜렷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남시의 경계 표지판을 지나 한참동안 이어지는 상점가를 지나면 서문입구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남한산성의 서쪽성벽이 있는 산줄기가 보인다. 멀리 보이는 묏부리 중 가장 볼록한 곳이 남한산성 서문 전망대 부근이다. 수어장대는 오른쪽 끝부분으로 사진 바깥쪽에 있다.
서문 갈림길에서 곧장 올라가면 콘크리트 계단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난 산할아버지 다리를 건너면 헬기장을 거쳐 서문전망대로 오르는 길이다. 오랜만에 오르는 길이다.
다리를 건너면 무속인들이 영매를 행하는 장소가 나온다. 새벽 등산을 할 때 간혹 촛불이 켜져 있는 것을 목격 할 수 있었던 곳이다.
산할아버지가 생전에 자비를 들여 만든 숲이다. 원래 잡목들이 볼품없이 자라던 곳인데 산할아버지가 아들들이 내놓은 용돈을 모아 나무를 사서 손수 심고 가꾸셨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산할아버지의 모습을 여러 번 목격한 바 있다.
낙엽이 쌓인 길은 언제 걸어도 기분이 좋다. 그래서 가을에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 지도 모르겠다.
쌍둥이 약수터에 빨간 단풍이 들었다. 이곳에 놓인 다리도 산할아버지의 손길이 닿았다.
사람이 올라서면 나무다리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위태로운 모습이다. 새 다리가 아니었더라면 당장 약수터로 가는 길이 끊어질 뻔하였다.
산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세워진 동상이다. 생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조각가들의 세심한 표현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벗나무 낙엽 사이로 노란 은행잎이 숨바꼭질을 한다.
헬기장에 이르면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아직 깊은 가을 분위기가 완연하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 단풍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서쪽 산등성이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가파른 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참나무가 숲을 이룬 비탈이다. 사람들이 오르내린 흔적이 여러 갈래이다. 가파른 길이어서 눈비가 내리면 미끄러운 길을 비껴서 가다보니 점점 주위가 넓게 훼손된 것이다. 나무에 맨 밧줄도 빨리 제거를 해야 할 것 같다.
서문전망대에서 바라본 서문, 뒤로는 소나무 숲이 보인다. 눈에는 보이지 않으나 숲에서 가장 높은 곳에 수어장대가 있다.
서문 전망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전망대 구조물은 필자도 처음 보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그냥 공터였던 곳이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군부대(사진 왼쪽)와 송파구 전경이다. 군부대 부지는 곧 개발이 되어 위례신도시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마천동 일대이다. 가운데 자그마한 봉우리가 천마산이다. 마천동과 천마산은 글자가 뒤바뀐 것인데 그 유래는 알 수가 없다.
서쪽 성벽길이다. 성가퀴를 따라 소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성벽에 나 있는 푸른 초목들이 아직 동장군을 맞이 할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가을 성벽에는 해마다 국화가 만발한다. 뒤늦게 핀 국화가 노란 향기를 뿜오내고 있다.
성을 넘은 소나무, 성 너머가 그렇게 궁금했나 보다..?
북장대 암문과 이어지는 연주봉 옹성 길, 몇 년 전에 복원한 모습이다. 복원하기 전의 옹성길에는 수풀이 우거진 황무지였다.
연주봉에서 바라본 벌봉과 북쪽성벽, 가운데 패인 곳이 동장대 터이다. 왼 상단 소나무가지 끝에 벌봉이 걸려 있다.
서쪽방향으로 난 산줄기에 산등성이길이 나 있다.
서쪽 산등성이길에서 바라본 서문전망대
쌍바위 약수터 부근에는 배트민턴장이 여러개 있고, 여러가지 운동기구가 설치된 체육시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즐기고 있다.
서쪽 산등성이길 입구에는 성불사라는 절이 위치하고 있다. 토요일 산행은 여기서 끝이 났다.
토요일에 이어 비가 개인 틈을 타 어제까지 231회째 남한산 산행을 기록하게 되었다. 총 산행 횟수가 올해로 400회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남한산의 산행횟수가 그 중 절반을 넘었다. 남한산은 산행의 진정한 의미를 찾은 곳이며, 글을 쓰는데도 많은 영감을 얻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건강이 나빠졌을 때 이를 회복하는데도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
이제는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산행, 갈 때마다 매번 다른 모습으로 맞아주는 산이 좋다.